임백준 외 6인
한빛미디어
이 책은 ‘무결점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통해 현역에 종사하고 있는 프로그래머 7명의 일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임베디드, SI, 게임, 기업 전산실, DB, 웹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프로그래밍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 자세 등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이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과 장단점을 기술하면서 그 분야의 매력을 이야기 한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Q&A 섹션이 있어서 그 분야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들에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딱딱한 소개나 정보전달보다는 경험적 에세이에 가까운 글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프로그래머들이 누구나 느낄 법한 고민과 생각들을 공유한다는 데에 책의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평소 좋아하던 저자인 임백준씨가 쓴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이다. 저자의 이전 책들과는 달리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의 글이어서 오히려 더 새로운 느낌도 받았다. 6명의 다른 저자들도 좋은 글을 통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은 ‘아름다운 이름-프로그래머’ 섹션에 나온 ‘프로그래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컴퓨터 아키텍처나 프로그래밍 언어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근본적인 능력은 바로 사람의 삶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는 부분이다. 프로그래머는 주어진 프로젝트와 사양에 대해 기일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며, 더 나은 사용법과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오류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하는 작업은 오히려 예술적 창조와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소프트웨어 창조를 영화 제작에 비유하고 있다. 둘은 얼핏 보면 상당히 이질적인 분야지만, 매우 닮아있다. 현역 프로그래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창조자’라고 생각하며 일을 할까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 프로그래밍 경험을 거치지 않았다면 훨씬 설득력도 덜했을 것이고, 더군다나 이러한 글이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은 경험과 깊은 생각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글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것은 생각보다 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다거나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 프로그래밍을 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 길을 과연 택해야 할까 고민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시작점이 언제인지 상관없이 프로그래밍에 큰 흥미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파고들어가는 시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스스로의 레벨을 한차원 높이는 계기를 통해 그야말로 ‘professional’한 프로그래머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시기는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