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법칙 2 (Negotiate This!)

Herb Cohen, 안진환 옮김
청년정신
★★★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인 허브 코헨은 이 책을 통해 협상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며, 우리는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협상의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에 협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협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식처럼 외울 수 있는 특정 대사나 행동, 몸짓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춘 자신의 협상 스타일을 갖추는 것이다.

글 전반부에서 저자는 협상에 임하는 자세나 협상의 본질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너무 신경 쓰면 모든 것을 망친다’는 말은 약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협상은 혼합된 동기와 이중 욕구를 갖고 있는 양측이 벌이는 게임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게임의 법칙을 이해해야 하며,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상기, 전략적으로 양보하기, 공통점으로 시작하기 등과 같은 작지만 중요한 법칙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협상에 있어 현실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에 의해 협상의 핵을 이루는 3가지 중요 요소인 TIP (Time, Information, Power)이 결정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뒷부분을 TIP의 각 요소가 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설명하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과 통찰을 거쳐 얻은 협상의 노하우를 세계 정세, 부모와의 관계, 인생 등에도 적용하여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협상에 직면하는 일이 적어도 업무적으로는 별로 없었던 나로서는, 협상이라는 것에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는 억지스럽지 않고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협상의 귀재라는 허브 코헨의 영웅담이나 깜짝 놀랄만한 해결 방법 등을 사실 어느 정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책의 대부분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따라서 약간은 시시해 보이기까지 하는 소소한 예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예시가 자연스럽게 이해를 돕도록 배치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사례는 모세의 출애굽기 내용을 하느님과의 협상으로 파악하여 분석한 부분이었다. 모세의 대응을 통해 성공적인 협상의 전형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에는 협상에 있어 전혀 생각지 못한 놀랄만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협상이란 결국 같은 사람인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일반적인 대인관계의 법칙들이 적용되기 마련이다. 그 때문인지 내용이 새롭거나 참신하다기 보다는 오랫동안 협상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다양한 경험들이 녹아 있어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다. 약간은 저자의 자서전 같은 느낌도 든다. 이렇듯 저자는 협상이 곧 인생인 삶을 살아 왔고, 그 자체를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읽은 사람들이 협상의 본질을 깨닫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Author: mcpanic

어떻게 하면 보다 사람냄새 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연구자 / 컴퓨터과학자 / 새내기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