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해냄
대한민국은 장기화 되는 불황, 치솟는 실업률, 골 깊은 정치갈등, 거친 세계화의 바람 등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 속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없이는 국가 전체의 경제적, 정치적 몰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문제에는 기업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일자리 부족, 위험을 피하고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분위기, 시대정신 부재와 민중주의 팽배, 교육 제도 문제, 대미 외교 접근의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우리 나라의 미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미래에는 좌우 이념의 극단적 대립, 경제 원리에 우선하는 정치 원리, 시장경제의 미정착 역시 위기상황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시장질서를 존중하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과 사회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책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한국 경제, 정치와 사회에 대한 낙담과 비관이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욱 지금의 갈등과 위기 상황이 심화될 것이며, 이에 대한 발전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책임 전가와 이기주의적 행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이 으레 택하기 쉬운 미래에 대한 미적지근하고 불분명한 관점에서 벗어났다. 또한 사실적, 기술적, 수치적인 미래의 모습 제시 대신 뚜렷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이러한 저자의 소신이 풍부하고 탄탄한 경제, 정치, 사회학적 이론과 역사에 기반을 두고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논지의 전개 방식이나 배경 설명이 아니라, 주장하고자 하는 논지 그 자체에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특정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본문에는 우편향적인 논지와 인용만이 제시되어 있고,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 요소들에 대해 한 쪽의 의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글쓴이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젊은 계층이 읽으면서 납득하고 평소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다. 다만 발전적인 논의를 끌어내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특정 계층을 비난하는 듯한 글이 많다.
10년 후 한국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합의와 통합을 이끌어 낼 것인가, 복합적으로 다가오는 위기상황들에 대해 각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떠한 자세로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기대한 나로써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대부분은 비관적인 전망과 이념 논쟁, 보수층의 입장 대변 등에 할애되어 있고,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실질적인 ‘미래에 대한 대처’ 부분은 전혀 새롭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무디고 흐릿한 이야기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실용주의자라고 일컫는 저자가 현상을 짚어내고 다가올 위기상황에 대한 전망을 설득력 있게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중요한 준비와 대처에 대해서는 답을 피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도 답이라 할만할 것을 찾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저자가 정작 책을 통해 바랬던 것은 특정 계층, 즉 저자가 ‘진보’라고 여기는 계층에 대해 쓴 소리를 던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사실 좀 자극을 받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날이 선 서평을 쓰게 된 것 같기도 하고.. 말씀하신대로 설득력 있게 전망을 끌어낸 것에 가치가 있고, 젊은이들, 특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극한대립이 아닌 통합의 길로 갈수만 있다면야.. 이런 책들이 오히려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저도 ‘미래에 대한 대처’부분이 많이 약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다가올 위기상황에 대한 전망을 설득력 있게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젊은이들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꼭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저는 많은 부분에 동의했지만) 그냥 저런 시각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