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3관왕의 반평생 수기
고승덕 변호사
개미들 출판사
– 재학 중 사법시험 최연소, 행정고시 수석, 외무고시 차석 합격
– 서울법대 수석 졸업
– 수원 지법 판사
–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로스쿨 졸업
– 미국 뉴욕 등 4개주 변호사
– 세계 최대 로펌(B&M) 변호사
실패를 모르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고승덕 변호사의 자서전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부이야기이다.
공부를 워낙 오래, 많이, 잘 한 사람이기에 그만의 공부 방법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비법은 바로 노력.
그는 스스로를 머리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한다.)
그래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친구, 여자, 음주가무의 유혹을 모두 참아내고, 고시에만 매달렸기에
사상초유의 재학중 3개고시 합격과 법대 수석졸업까지 이루어냈다.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 중 ‘처절하게’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구절:
“고시공부는 분량이 많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끝내기 위해서는 벼락공부할 때와 같은
정신 상태를 항상 유지해야 했다. 그 정도의 정신 집중을 일상화하면 체력 소모가 아주 크다.
잠잘 시간이 지나도 긴장 때문에 잠은 오지 않지만 피곤해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우리 집에는 침대가 없어서 책상에서 공부하다가 지치면 방바닥으로 내려가서 엎드려 공부했다.
엎드려 지탱할 힘마저 떨어지면 누워서 공부했다.”
…
“잠잘 때쯤이면 체력이 완전히 소모됐다. 일어나지 않고서도 누워서 전등을 끌 수 있도록
전등에 끈을 길게 달았다. 자기 직전에는 전등 끈을 당길 힘만 남았다”
그는 중요한 선택의 고비 때마다 자신이 만든 t1t2판단법을 사용했다.
당장 A보다 B가 하고 싶더라도 지금 B를 하면 나중에 A를 할 수 없고
지금 A를 하면 나중에 B를 할 수 있다면 지금은 A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시험과 나머지 일들(놀기, 연애 등) 사이에서의 갈등,
유학이냐 판사생활이냐의 고민, 기타 선택의 순간마다 그는 이 원칙을 통해 판단을 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즘 자서전을 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산악인 박영석, ‘빵 굽는 CEO’ 김영모, 고승덕 변호사, 학원강사 이범까지도…
자신만의 분야에서 어떠한 생각으로, 혹은 왜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것인지 알고 싶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였는가?
고승덕 변호사만 보아도 그렇다. 단순히 법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면 굳이 고시를
3개 패스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유학도 안 가도 됐었다.
왜 스스로 고생을 자처해 가면서 공부를 계속 했던 것일까?
일종의 중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시를 패스해서 무엇이 되겠다, 어떻게 하겠다 보다
고시를 보아야겠다 생각하고는 고시를 패스하는 것 자체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욕심이 생기고 수집벽이 있는 사람인 양 계속 공부를 하게 되는.
저자는 자기암시와 통제에 탁월했다. 그리고 무서운 집중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목표가 정해지면 매진할 수 있었고,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연애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고, 섬찟할만큼 냉철하게 기술했던 결혼생활도 결국 행복하지 못했다.
저자에게 과연 사랑이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또한 공부하는 동안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보다는
주위에서 돌봐 주어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 기간이 너무 길었기에 주위의 희생이 뒤따랐다.
책 중간중간에 군대를 안 가게 된 일 등에 대해 자기변명을 하는 듯한 부분도 있었다.
읽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계속 알리고 던져주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뒤로 갈수록 주식, 파동이론처럼 다소 의아한 주제들이 나온 것도 아쉬움이 있다.
보다 솔직담백한 생각들과 이야기를 바랬는데, 현재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자기설명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쓰여진 자서전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삶을 중년의 나이에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왔고 후회없이 살고 있는 그가 멋있다.
공부해 온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정직하고 처절하게, 또 친절하게 해서
많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