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8월 28일 북극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찾아 떠난 러시아의 세인트 안나 호. 북극해에서 얼음에 갇힌 채 19월간 내몰린 선원들. 스키와 썰매를 이끌고 배를 떠난 일등 항해사 알바노프와 13명의 선원들. 그리고 남기로 한 선장과 나머지 선원들. 90일 장장 435 킬로미터의 목숨을 건 행군. 추위와, 배고픔과, 위험과, 동료의 배신과,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 기나긴 행군 끝에 플로라 곶에 도착한 최후의 2명. 콘라드의 일기에서 밝혀지는 엄청난 비밀.
마치 소설과 같은 처절하고 놀라운, 극적인 이야기가 너무도 지독한 현실인 상황. 알바노프는 90일 간 생존을 위한자신의 사투를 담담하고 침착한 어조로 일기 속에 풀어낸다.
극지문학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는 사실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과 죽음을 다룬 책들을 읽을 마음이 크게 들지는 않았는데, 멋들어진 제목에 끌려 책을 읽었다. 책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에 앞서, 그 고난 속에서 살아 남은 알바노프와 콘라드, 참으로 대단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빙하 속에서 육지를 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한 세기가 거의 지난 오늘날에도 소름끼칠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일기이기 때문에, 또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미화하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인지는 몰라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책전체를 거쳐 처참할 정도로 솔직담백하게 나타나고 있다. 극지에서의 동료애나 인간미보다는 지독한 욕망과 갈등의 대립,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나태해지는 인간의 본능, 배신, 증오, 욕심이 가감 없이 나타나 있다. 선장과의 생각 차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배를 떠나게 된 경위. 일기 곳곳에서 나태하고 의지를 잃어가는 동료들을 증오하고 때로는 안타까워하는 알바노프의 인간적인 모습. 놀라우리만큼 침착하게 위기에 대처하고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는 알바노프의 리더십. 자신과 마지막으로 남은 콘라드의 배신 사실을 일기에 기술하지 않은 배려까지. 아이러니하게도 콘라드의 배신은 알바노프의 일기와 한참 뒤에 공개된 콘라드의 일기와의 대조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요즘 너무 실용적이고 이론적인 책들을 많이 읽다 보니 오랜만에 읽은 문학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나에게 적용할 점 :
힘들고 어려운가? 다른 편한 길이란 없다. 이를 악물고 지금을 헤쳐나가라.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