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상품성 점검’ 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한 상품의 생애를 보자.
우선 누군가가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누군가가 시장조사 등을 통해 비어있는 매력적인 시장을 발견할 것이다. (여기까지만 성공해도 그 상품은 절반 이상 성공이다! 역으로 이마저도 안 되는 채로 출시되는 상품이 너무도 많다.)
그러면 누군가가 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짤 것이고, 이것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면 누군가 열심히 설계를 하고, 개발을 하고, 테스트를 할 것이다. 또 한편 누군가는 열심히 매뉴얼을 만들고 광고, 기사, 홈페이지 자료를 작성하고 기술문서를 만들 것이다. 누군가는 또 제품의 케이스나 패키지를 만들고, 전자제품의 경우 인증을 받거나 시험을 거치고, 양산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사장님이 다 만족스러워 했다면) 대대적으로 시장에 상품을 내놓는다.
전반적인 상품화 라인을 봤을 때 여러 가지 구멍들이 보이지만 가장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상품성 보완이다. 상품성 보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여태 안 해본 것’, ‘아무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일이다. 오늘 경쟁사인 Lantronix의 제품 패키지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실 별 것 아닌 제품 케이스이지만 이런 제품에서 사용자가 기대하기 힘든 철제 케이스 (흡사 사탕 케이스나 구두약 케이스 같은)가 들어 있던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쉽게도 (철제 케이스가 성공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런 형태의 변화와 혁신이 현재까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다.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일이 너무 많은 것도 변명스럽지만 이유가 될 수 있을테고, 조직적/구조적 원인도 있겠고, 상품화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데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떤 상품이 훌륭하다, 괜찮다 라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사용했을 때 기능이 좋기 때문에, 안정적이기 때문에만은 아닐 것이다. iPod을 두 개째 사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1년만에 하드디스크가 윙윙 소리를 내며 데이터 전송이 되지 않았고, A/S로 내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새로운 iPod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iPod이 매력적인 상품이라 생각하고 다음에 또 MP3 플레이어를 산다 해도 iPod을 유력하게 고민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해답이 바로 User Experience다. 사용자는 자신이 경험하는 상품에 대한 모든 것을 은연중에 기억한다. 제품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할 수도 있고, 매뉴얼이 마음에 좀 안 들 수도 있고, 케이스가 예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용자는 이 조각조각의 만족/불만족 요소를 차곡차곡 기억 속에 쌓아간다. 분명 한가지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머리 속에서는 알 수 없는 공식을 거쳐 ‘괜찮은 제품’, ‘다시는 안 쓸 제품’의 결정이 난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잘 나가는 제품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그 회사는 차기 제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들이 노력해야 할 것은 바로 ‘User Experience’를 최적화하는 일이다. 어떻게 최적화 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보려 한다. (내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