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 ~ 2007.10.1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2년 10개월 간의 산업연구요원 복무가 오늘로써 만료되었다. 오후 3시 25분 병무청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날아온 문자메시지..
‘귀하는 ‘01.10.1. 복무만료처분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으며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직 뚜렷한 결론을 찾기에는 이른 시간이겠지만,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러 면에서 달라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복무를 시작하면서 병특 기간을 통해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몇 가지 정해 놓았는데,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는 성공적으로 달성을 해서 나름 뿌듯하다. 공개하기는 좀 민망한 것들도 있지만 ㅋ
회사 생활을 통해 배운 것들이 참 많다. 책 읽는 습관도 생겼고, 회사라는 곳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본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던 것 같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상품화 되는 과정을 총괄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직급에 상관 없이 내 의견을 편하게 개진할 수도 있었다. 회사라는 역동적인 공간을 통해 나는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생각했다. 특히 스스로를 마케팅하고 관리하는 법에 대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플래너 활용을 통해 시간관리 신봉자가 되었으며, 목표의 시각화가 가져다 주는 힘을 믿게 되었다. 과분하게 여러 번의 해외 출장을 통해 미국, 독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를 방문할 수 있었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도시들을 보면서 시야를 키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 나의 삶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소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목표관리, 시간관리의 미숙함은 종종 나를 어리숙하게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데에는 도가 텄지만 여유를 갖는 데에는 실패했다. 또한 다양한 경험은 값진 것이기는 하지만 깊이와 전문성이 부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역 병역특례를 찾는 과정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준비도, 제대로 된 마인드도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단체메일을 뿌렸던 3학년 말에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리고 4학년 2학기를 휴학하기로 한 결정. 내 인생에 몇 번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였다. 이 때 고민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로 시스템베이스라는 회사의 문을 처음 열고 들어가 면접보던 기억. 흥분된 마음으로 회사원의 신분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2004년 12월 1일. 대기업으로 모이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큰 회사에 가야할까 전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던 2005년 말. 결국 시스템베이스라는 곳에 나의 3년을 쏟아 붓기로 한 결정. 혼자서 낯선 나라들을 돌며 내가 기획하고 개발한 제품을 고객에게 설명했던 기억. 그리고 맥주캔을 쥐고 이 곳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했던 호텔방과 야경. 잇따른 야근과 주말근무에 지쳐 가면서도 내가 제안했던 제품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을 때 느꼈던 희열. 처음 납품되던 날의 기억. 유학에 대한 막연한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갔던 순간순간들. 하루 4시간씩 자고 GRE 준비를 했던 올 1월~4월까지의 4개월. 오사카 호텔방에서 ‘이렇게 내가 유학을 가게 되나보다’ 하고 생각했던 그날밤. 마땅한 후임자도 없는 상황에서 회사를 떠나던 미안했던 마지막까지.
주호야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