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열심히 블로깅을 하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책 읽은 것과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은 분명 잘 한 일인 것 같다. 언뜻 좋은 생각이 나다가도 기록해 놓지 않으면 휘발성이 강한 ‘생각’이란 놈은 금방 날아가 버린다. 나에게 있어 블로그는 이 아까운 생각들을 지상에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녀옷을 감추어 두는 옷장이라고나 할까…)
유학 준비를 하면서 내가 그 동안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만을 좇아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는 충분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 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다듬는 작업이 막연한 뜬구름같은 생각들을 짜내는 것보다 소중한 일일텐데 말이다. ‘새로움’에 대한 갈구는 대체로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소중한 일 중 하나이니까. 그러나 재료가 많다고 능사는 아니다.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다듬는 것이 보다 완성도 높은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블로그가 좋은 건 이렇게 내가 그동안 조심스레 모아놓은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작성한 수십 개의 포스팅을 보면서, ‘이 때 벌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들이 많다. 생각을 쏟아내는 것도 좋지만 보다 정제하고 다듬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