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23일이 4월들어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는 날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지난 한달 여를 되돌아 보면, 참으로 정신없이 살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니 말이다. 내일 시험인데 글쓰고 있는 건 뭐지-_-;;;
근황…이라고 한다면… 우선 정신없이 바쁘다. 최근 일주일 동안 평균잡아서 하루에 4시간 정도씩 자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머리가 띵해지고 전반적인 컨디션과 업무효율이 낮아지면서 기분이 썩 좋지않은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쉬지 못해서인듯! All work and no play makes me a dull boy T.T
체력도 갈수록 떨어진다. 침대까지 가지도 못하고 자버리는 경우도 빈번해졌고… 체형도 점점 망가지고 ㅠ 부모님과 여자친구의 걱정의 정도도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 샘물이 매말라가는 느낌이랄까. 주위의 일들을 얼른 좀더 가지치기 해야겠다.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가지치기를 했는데 이 정도라는 것; 정말 듣고 싶은 과목 하나를 드랍했고 몇몇 좋은 기회들을 과감하게 눈감고 접었다. 또 한 번 느끼는 것 – 난 욕심이 너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하고 있는 일들이 그럼 대체 뭐길래? 좀더 구체적으로는 마지막 학기의 과목들과 + 알파의 일들이 너무 빡세다.. 수업은 16학점을 듣고 있는데, 그 자체로는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닌 것 같다. 등록해서 다니는 8학기 중에 가장 적은 학점을 듣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 알파의 일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졸업논문도 있고, 아르바이트도 있고, 학교 선정 문제도 있고…
+ 알파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굵직한 것들이군-_-
1. 졸업논문
이제 슬슬 시작하는 것이어서 더 두렵기도 한데.. 꽤나 재미있는 주제를 잡은 것 같다. 영어로 써보고 싶어서 우리 과의 외국 교수님인 Bob McKay 교수님을 지도 교수로 신청하고 2~3차례 면담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교수님이 지도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나 혼자 걱정하고 갈등 하느라 애매한 주제를 잡았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아무래도 부담만 되고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아서 며칠 전에 장장 1시간 30분에 걸쳐 긴 면담을 하면서 주제를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주제를 정했다. 느낀 것: 교수,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이 교수님, 정말 똑똑한 분이구나. 내가 원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 다루고 싶은 것들과 자신의 specialty를 모두 엮어서 멋진 topic 을 만들어 냈다. 눈앞에서 본 수평적 사고의 예랄까. 이젠 본격적인 작업인데.. 시간의 압박이 ㅠ
2. 아르바이트
하고싶던 분야라 재미도 있고, 돈도 버니 좋기도 하고. 다만 시간 배분을 잘 못하고 있어서 자꾸 늦어진다. ㅠ
3. 학교 선정
누가 뭐래도 내가 가장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이고 싶은 일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고, 스스로 확실한 명분을 부여하지 못했다. 물론, 고민 많이 해봤자 뭐가 달라지냐 / 가서 잘 하면 그만이다 등등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런 것보다도 충분한 정보와 생각의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그러한 판단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6개의 합격한 학교 중에 4군데에는 decline 의사를 표명했고, 1군데는 accept를 했고, 1군데는 아직 응답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교가 4월 15일까지로 명시해 놓고 있는데, 응답을 하지 않은 한 군데는 5월 1일까지 답을 하라고 해서… 그래서 이 두 학교 사이에 아직도 고민 중이다. 물론 사람들이 물어보면 ㅃ@!#$ 학교를 갈거 같다고 이야기 한다. ㅋㅋ
내가 어떤 학교에 가면 어떤 과목들을 들을지, 연구 환경은 어떤지, 생활환경은 어떤지, 박사진학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나름 학교 서치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이 없더라. 막상 한군데를 정한다고 생각하니 겁도 나고, 되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망설이게 되고. 다른 학교들의 좋은 기회들을 날려버리는 것 같아 아깝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잖아~ 배부른 소리 한다’ 그런데 학교 선정 때문에 고민하는 주위의 친구들이나 나를 보니 일단 ‘행복하지도 않고’, ‘배고픈’ 고민이 되어가더라. GRE를 보기 전에는 GRE만 보면 유학준비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지원할 때는 지원만 하면 끝이라 생각하고. 결과 나오면 진짜 끝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매번이 새로운 시작이더라.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이제는 무슨 단계가 지나가도,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박사를 따도, 또 다른 시작아닌가! 너무 허무주의로 흘러가는 걸까 ㅠ
아참, 4개월 후면 출국하는 입장에서.. 학교 다니는 건 너무 즐겁다. 그 어느 때보다 수업들도 재밌게 잘 듣고 있고, 오랜만에 돌아온 캠퍼스도 너무 아름답다. 2001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ㅠ 4월에는 날씨도 계속 너무 좋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니, 행복한 거겠지 ^^ 4월은 정말이지 죽음의 달이었지만 5월은, 계획대로라면 분명 한결 샤방샤방하고 여유로운 달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나도 숨좀 쉬지.
아, 시험 시간이 점점 다가오네-_-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