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무한한 자율성.. 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업이 더 이상 학교생활의 중심이 아닌 대학원. class-oriented mindset 을 research-oriented mindset 으로 바꾸라던 모 교수의 말이 와닿는다. 숙제와 프로젝트, 시험이 빡빡하게 짜여있는 수업들 / 물론 빡빡하긴 하지만 open-ended 의 느낌이 강한 research. 아직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나에게 주어진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자율과 선택 가능성 앞에서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것. 자율이 나태와 방종이 되고, 선택이 망설임과 우유부단이 된다면…
그런 면에서 새삼 정신이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몸을 쉬거나 관리할 필요성은 종종 느껴왔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경험은 익숙하지 않다. 작년 정도부터 정신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삶의 플랫폼 갖추기: 여러가지 시스템을 갖추어놓고 회사를 경영하듯이 나를 경영하기 위한 이런저런 노력이랄까. 원래 막 계획 같은 것 만들어놓고 뿌듯해 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출국 비행기에서 ‘유학 Manifesto’ 도 만들었다. 몇 가지 테마를 잡고 내가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를 적어본 것인데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 언제 기회가 되면 부끄럽지만 공개할까 생각 중이다 ㅋ 고3때도 ‘출사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0- 암튼 속에서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표현된 삶의 자세나 체계가 중요한 것 같다.
쉬는 시간 먼저 정하기: 일이 곧 휴식이라는 (말도 안되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기 때문에 너무 놀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그러나 또한 마찬가지로 너무 일만 하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2008년 1학기에 잠깐(!) 느꼈던 workaholic 징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낀다. 금요일 저녁과 토/일 중 반나절 정도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완전 놀고 쉬기’ 시간으로 잡을까 생각중이다 ㅋ
Part II.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 요즘 화두라면 화두다. 중학교 때 인도 갔을 때 이후로 겪는 가장 큰 환경의 변화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 때는 부모님도 같이 가셨으니 좀 덜했을지도? 어쨌든 새삼스럽게 ‘적응’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고, 떠올리게 된다.
문득 든 생각인데, 나는 줄곧 적응을 떠올리면서
미국의 A라는 것은 한국의 A’와 비슷하니까 A’ 했던 것처럼 하면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달을 지내보면서 느낀 건
미국의 A. 한국엔 이런 비슷한 거 없다!
둘은 그냥 완전 다른 것. 생각이 이렇게 미치고 나니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mindset 으로 접근해야 이곳에 온전히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한 quarter, 한 해가 지나고 나면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 이런 고민과 방황의 과정을 부끄럽지만 적어놓으면 언젠가는 보면서 웃음지을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