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라는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유학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2004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도 많아서 마음만 앞서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교수님께 죄송하기만 했던 일도 있었고, 정리해서 제출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제출을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이런 경험들이 어찌 보면 신고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덕분에 연구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가, 또 논문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조금은 더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요즈음 누군가 내게 ‘연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질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답할 것 같다. 나아가서 더 좋은 질문을 찾는다면 훌륭한 연구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Computer Science 분야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잘 찾아내는 사람과 문제를 잘 만들어 내는 사람은 상당히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둘다 잘하는 사람도, 둘다 못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여기서 한번 성급한 일반화를 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전자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반대로 이곳 미국에서는 후자에 흥미를 보이고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여기서 다시 한번 일반화를 하자면, 나는 이것이 교육제도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푸는 훈련을 많이 받았던 한국에서의 교육. 진도가 더딘 듯하지만 왜 이것을 배우고 이 문제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좀더 초점을 맞추는 미국식 교육.
그러나 교육 탓만 해서는 한탄과 스스로 옭아매기밖에는 안 되지 않겠는가. 누군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배울 수도 있고, 탐색하고 물어서 배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초보연구자인 나,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