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돌아보며: 시작

이 글은 나의 박사과정 이야기이다.

좀 더 정확히는 내가 학문을 업으로 삼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에 가깝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의 상황은 유학생활 8년 차. 박사과정을 마친 지 6개월 남짓 되었고, 4개월 뒤면 조교수로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긴 마라톤 같지만, 한편으로는 폭풍처럼 강렬하기도 했던 박사과정의 기억들이 조금씩 잊혀 간다. 요즘 저년차 박사과정 후배들을 만나면우와, 좋을 때다, 그런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때가 좋았는지, 정말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지,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이제야 제대로 학문을 시작하는 위치에 있다. 이룬 것도 없는 상황에서 감히 학문과 연구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박사과정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는 이 절묘한 시기에, 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나만의 좁지만 깊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또 하나의 영감은 절친인 Philip Guo가 자신의 박사과정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은 The Ph.D. Grind 라는 글이었다. 이 친구의 글을 읽고 박사과정에 대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면서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프롤로그에서는 유학 가기까지의 과정을, 본론에서는 석사 2년, 박사 5년, 방문교수 1년의 미국 유학생활을, 에필로그에서는 마무리와 앞으로의 다짐을 담을 예정이다.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생각한 몇 가지 원칙과 변명:

1. 낭만에 빠지지 말되, 순간순간의 경험과 배움 또한 놓치지 말자.

2. 미화하지 말자: 7년의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주위 분들과 환경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최고의 환경이었고, 다른 걱정 없이 연구와 내 걱정만 하면 되었던 배부른 상황이었다.

3. 일반화하지 말자: 그야말로 N=1의 경험이다. 분야마다 학교마다 교수마다 개인마다 경험은 다 다르다. 난 그저 하나의 특수한 상황 속에 있던, 그러나 박사과정이라는 나름 보편적인 상황을 겪었던 내 얘기를 할 뿐이다. 나는 Computer Science (컴퓨터과학) 안에서도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라는 분야를 전공했고, 이 분야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들도 많을 것이다. 나의 학문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공식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알 수 있다.

내가 한국인 유학생으로 학문의 길에 들어가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학문과 연구와 박사과정과 유학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완성된 글은 아래 목차에 차례로 추가될 예정이다.


“박사과정을 돌아보며”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