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nomics: 웹2.0의 경제학
Don Tapscott, Anthony D. Williams 지음 / 윤미나 옮김 / 이준기 감수 / 21세기북스
읽은지 N개월만에 드디어 정리를 하는 이 책. 무엇이 나를 이렇게 게으르게 만든 것일까? 여태 책을 읽으면서 이 책보다 많은 생각을 낳게한 책이 없었다. 접힌 곳만 수십군데여서 차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것도 있고, 편하게 정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이 던져준 수많은 과제들과 생각들이 사그러들 법도 한데, 아직도 꽤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분명 범상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책을 정리할 때는 공병호씨가 잘 쓰는 방법이 유용하다. 종합적인 정리보다는 생각이 뻗어나오는 책의 부분부분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다.
우선 표지를 보자. 조그만 물고기들이 모여서 고래모양의 큰 물고기 형태가 되어 큰 물고기를 놀래키고 있다. 이렇게 ‘협업’과 ‘참여’가 일상화된 세계. 이것이 ‘위키노믹스’가 아닐까.
p.30 – 회사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회사 밖에서 조달하기 시작한다. P&G의 InnoCentive 네트워크가 그 예이다. R&D 과제와 과학자를 연결시켜 주는 혁명적인 시장. 블로거들이 뉴스 기자 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p.44 – MIT의 OCW 프로젝트와 같이, 교육의 벽도 점점 허물어진다. OCW를 통해 MIT 개설 과목들의 교육 컨텐츠(강의노트, 오디오, 비디오 등)를 무료로 접할 수 있고 과제도 해 볼 수 있으며 교수진과 상호작용 할 수도 있다. e-learning은 기존 교육을 대체하는 대항마라기 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p.57 – 협업 경제의 특징
1) The Peer Pioneer: 분산되어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유연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 수행 (오픈소스, 위키피디아)
2) Ideagoras: 사외 인력을 활용해 R&D 역량을 극대화하는 기업들
3) The Prosumers: ‘해킹 권리’는 천부인권이다
4) The New Alexandrians: 공유의 과학을 통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한다
5) Platforms for Participation: 파트너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부의 창출에 힘쓰는 기업들
6) The Global Plant Floor: 제조업 중심 산업이 전 지구적 생태계를 조성
7) The Wiki Workplace: 계급구조의 제거, 외부네트워크와의 연결을 통한 실력 위주 기업 문화의 창출
p.67 – Provider가 컨텐츠를 모두 생산하는 서비스는 죽었다. 레고블럭 같은 웹 소프트웨어 조각과 공유 데이터뱅크를 이용해 고유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와 Customization의 수요는 폭발한다. 그렇다면 인터페이스의 제작자와 프로슈머를 연계해주는 Interaction design과 SNS (Social Network Service)가 중요해지지 않을까.
p.72 – Tagging: 집단지성의 활용으로 웹상의 컨텐츠를 새로 조직하고 분류한다. Public annotation이라 할 수도 있다. 웹에서 유기적으로 분류하는 체계인 folksonomy가 비로소 탄생한다. 태그를 통해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웹을 활용하게 되기는 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1) 태그를 부여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제각기이기 때문에 최상의 조직화를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연 컴퓨터나 에이전트가 대신해 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는가? 이는 또다른 질문이 된다. 2) 같은 태그를 공유하는 지식 조각은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인과, 선후, 대립 등의 ‘노드’에 대한 정보다 아닌 ‘링크’에 대한 정보는 태그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프’ 형태를 구현하는 knowledge representation 방법이 필요한 것 아닐까. 현재 이 부분에 대한 independent research를 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p.85 – TakingITGlobal: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주변 세계를 변화시키는 사례. 200여개국의 11만 회원은 세계 경제, 지구 환경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한다.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웹상의 국제연합? 여타 SNS와 다른 점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 ‘소셜’보다는 사회적 이유나 의사결정 등의 ‘소셜’에 가까운 네트워킹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p.93 – Coase’s Law: 기업은 추가거래를 내부에서 처리하는 비용이 동일한 거래를 개방시장에서 처리하는 비용과 같아질 때까지 확대된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반대로 읽는 것이 유용하다. 내부거래 비용이 외부거래 비용을 초과하지 않을 때까지 기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해석하면 인터넷은 현재의 기업형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웹상에서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형태의 조직이 활성화되지는 않을까? 이를 연계해주는 마켓플레이스 서비스가 유망하지는 않을까?
p. 125 – 위키피디아는 시작이다. 동등계층이 생산해 내는 컨텐츠의 끝은 어디일까? 그런데 나는 ‘자발적’인 참여에 기여를 하고 있지 않은데? 이 블로그 운영 자체가 기여의 방편이 될 수도 있을까? 가장 좋은 기여의 방식은 ‘희생’없는 기여이다. 별도의 번거로운 과정 없이 내가 하고싶은 거 하면서 기여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를 위해 기술이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p.157 – 파스퇴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호의를 베푼다.
p.158 – 정식직원을 채용하지 않고도 과학 공동체의 인재들을 활용하는 경우. 부의 미래에서 이야기하는 공짜 점심의 이점은 기업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 아닌가? 협업 커뮤니티는 이익을 어떻게 분배하고 또 어떤 근거로 요구할 것인가?
p.165 – Craigslist: 팔고싶거나 구하고 싶은 아이디어와 발명 리스트가 게시된다. 가치교환 SNS를 표방하는 People2와 같은 곳이 앞으로 대세가 될 수 있을까? 가치를 묶는 범주화나 representation이 아직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물건처럼 정확히 define된 domain이 아닌 곳에서의 가치를 묶어주는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p.209 – Lego Mindstorm: 사용허가 계약서에 해킹 권리가 추가되었다.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마구 분해하고 자기만의 로봇을 만드는 쪽에 열광했다. (바보같이) 이런 사용자들을 소송걸려했던 레고는 이제 그 가치를 활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자발적으로 광고하고 포장함으로써 Mindstorm의 가치를 높인다.
p.224 – 창작 귀족계급(음반협회, 저작권협회 등)에 존속되지 않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현재의 환경은 문화, 경제적 진보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각광받지 않을까. Creative Commons가 대표적인 예이다. 또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컴퓨팅 환경 역시 중요해지지 않을까.
p.235 – 프로슈밍을 위한 설계: 제품을 재구성 및 편집 가능한 모듈 방식으로 만들고, 사용자 친화적인 툴 키트를 제공하라.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라. 리믹스와 공유를 간편하게 만들어라. Second Life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게임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용자가 자신의 창조물에 대해 모든 지적 재산권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p.302 – 아마존과 같이 ‘개발자 생태계’를 비즈니스 파트너 수준으로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비용이나 위험부담 역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R&D 투자모델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p.324 – 개인적인 혜택을 얻기 위한 검색, 북마킹, 사진 공유 등의 행위는 동시에 집단적인 혜택도 만들어 낸다. 이는 ‘군중의 지혜’를 보강하면서 보다 풍부한 웹 경험을 산출한다. 이 지혜는 ‘군중’이 소유하는 것이지, 플랫폼 제공업체인 구글, 야후, 테크노라티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지혜를 통제하고 사용과 공유를 제한하려 한다면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