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5/12 메모에서 발췌.
(앞글에 이어서) Randomness 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Balance 는 어떨까? 얼핏 봐서는 두 단어는 상반된 느낌을 주는 듯도 하다. 그러나 결국 ‘변화’라는 큰 테두리로 묶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성적이 안 나와서 고민인 고등학생이 있다고 하자. 누구나 이런 슬럼프의 시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2학년 때가 그랬다. 공부가 재미가 없었고, 뚜렷한 목표의식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이 몇 가지 있었을 것이다.
1) 이를 악물고 하루에 15시간씩 공부를 한다.
2) 하루에 15시간씩 게임을 하면서, 놀면서 시름을 잊는다.
나는 이 상황에서 1)과 2)의 어정쩡한 조합을 택했다. 어차피 의욕이 없어서 책상에 15시간 앉아있어봤자 스트레스만 받고 진도는 안 나갈 것이고, 논다 한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래서 (전혀 멋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공부도 어느 정도 하고 (이 역시 이를 악물어야 가능했다 ㅋ) 놀기도 어느 정도 했다. ( 이것도 마찬가지..)
누가 슬럼프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끈을 놓지 않기만 하면, 결국엔 이겨낼 거예요.’ 그런데 그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유혹이 하루에 수십번도 들기 마련이니, 결코 쉽거나 간단한 해결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슬프게도 정답은 쉬울 때도 있지만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곳에 있기도 하다. 보물찾기를 할 때 쉬운 장소와 어려운 장소가 두루두루 섞여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우리 삶은 Randomness 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기에 앞의 글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Randomness 를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Balance 가 필요하다. 치우쳐 있는 상태로는 전체를 관통할 수 없다. 축구를 보면서는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를 보면서도 ‘저기다 패스를 해야지, 뭐하는 거냐 저 바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내가 플레이를 하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지. 내가 속해 있는 이 공간을 헬기에서 보는 것처럼 한눈에 담아서 보기 위해서는 Balance 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Balance 를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관심있는 것들에 대해 하루에 10분씩 투자해서 50가지 일을 하면 되는 것일까? 모든 일들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속에 변화를 향한 Momentum 이 얼마나 있는가일테니. 좀 더 크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