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학문적 연구의 핵심 요소는 창의성 (Creativity)이다. 이 단어에 대한 나의 애정은 남달라서, 창의성에 대해 학문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 컴퓨터라는 도구를 전공으로 택한 것도 창의성을 극대화시키기에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니.. Mihaly Csikszentmihalyi 나 Ben Shneiderman 같이 창의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을 보면서 함께 연구하고 싶다는 소박한 원대한 꿈을 꾸곤 한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새로운 것? 기발한 것? Thinking out of the box? 물론 ‘새로움’이 중요한 요소기는 하지만 창의성이란 새로움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해있는 domain 에서의 권위로부터의 인정이 필요하다. 전대미문의 뛰어난 아이디어도 깊이 있는 domain knowledge와 language로 기술되지 않고 정형화된 형태로 배포되지 않는다면 도태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은 공부 한자도 안하면서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천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Domain knowledge를 얻기 위해 죽어라 현재의 지식을 공부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그 domain에서 요구하는 언어와 소통 방식을 깨우친 사람 (이걸 깨우쳤으면 천재라 할 수 있겠지?) 이 비로소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 + 분야 내의 해박한 지식 + 생각을 풀어내는 communication skill 등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진 사람이 바로 ‘창의적 인재’ 아닐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권위’다. 권위에 기대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지만, 학문적 권위에 기대는 것은 나름의 근거가 분명하다. 아무리 성격이 거지같은 학자라도 연구능력을 인정받아 우수한 연구대학의 tenure 직을 보장받으면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속해있는 연구조직 자체가 하나의 평가지표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갖추어진 환경에서는 ‘눈덩이 효과’가 발생해서 시너지도 더 잘 발생하고 우수한 연구도 나오기가 더 쉬운 것 같다. 학계의 보수성이 깨질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시대가 지날수록 더해가는 것은 이렇게 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더욱 성숙해가는 지식조직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유명하고 또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대학들이라는 것이다.
‘좋은 학교’는 안정적이면서도 새로운 기회가 많다. 학부생 정도의 지식으로, 더군다나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 땅에서 미국 학교의 속사정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여러 면에서 좋은 환경을 갖춘 학교에 가는 것이 risk를 줄이는 일이 된다. A라는 분야만을 보고 다른 면은 좀 부족하지만 A에서는(만) 뛰어난 학교에 갔는데 이 분야가 내 분야가 아니다는 걸 깨닫거나 해당 교수들이 이직이라도 하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가 두루두루 뛰어난 학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