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와 미국 수업, 미국 문화에는 분명 게임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유학을 온 이상 나는 이 게임판의 player 이고, 법칙에 따라 나의 목표를 향해 play 한다. 문제는, 게임의 법칙이 내가 있던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유학생활에 있어서 ‘적응’이라는 것은 이 법칙을 익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법칙이라고 느꼈던 몇 가지.
- 아무도 나를 먼저 챙겨주지 않는다. 학교도, 교수도, 선배도, 동기도.. 내가 나의 길을 탐색하고 생존을 위해 나만의 competitive edge 를 갈고 닦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목표와 타인 (교수건 학생이건) 의 목표가 공유하는 점이 있으면 서로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협력한다.
- 내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나를 껴주지 않는다. 구석에 뻘쭘하게 소외되어 있으면 아무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지 않는 것. 자신감 있게 나서면, 환영을 받는다. 수업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바보같은 질문이라도 질문을 하고 참여를 하면 수업의 mainstream 에 합류할 수 있다.
- 외국인처럼, 이방인처럼 행세하면 외국인, 이방인 취급 받고.. 그게 끝이다. 영어도 인종도 외모도 상관없다. 그들처럼 행세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소통하면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연구에서는.
적어놓고 보니 사실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법칙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주류가 아닌 ‘외국인’, ‘이방인’의 입장에서 적응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스스로 ‘이방인’의 자세를 취하려는 것을 막고 덤벙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 후배 하나가 여기서 교수님과 면담을 하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단다.
수업듣고, 숙제하고, 시험보고, 프로젝트 하고.. 이런 것만 할거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런 단순 지식 이상의 것이다. 나가서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얻을 수 있다.
수업 열심히 듣고 학점 잘 받아야지.. 그럼 되겠지.. 이건 학부 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아니, 학부에서도 저런 자세로는 곤란할지 모른다. 단순히 공부를 더하러 온 유학이 아니다. 이른바 ‘큰 물’에서 크게 놀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해 나에게 맞는 경험, 기회를 찾고, 목표가 부합하는 타인과 협력해서 나를 발전시키고 보다 큰 시야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내가 어디서든 그 곳에 필요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수업만 쫓아다녀서는 곤란하다. 학교가 제공하는 기회 중 수업은 극히 일부분이다. Google, Apple, MS, Yahoo, IBM, Intel… 실리콘 밸리와 다른 지역의 회사들이 몰려와서 학생들과 교류하고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career fair 가 가을 내내 열린다. 벤처창업멤버 모집, 인재를 찾는 회사와 학교 내 기관의 이메일이 하루에도 몇 건씩 CS 메일링리스트를 타고 학생들을 유혹한다. 기회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맞는 기회를 찾고 선택하는 몫은 순전히 나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