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고 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얻은 성과와 성공은 가치가 덜한걸까. 우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일구어낸 사람들의 스토리에 열광하고 그들을 기억한다. 그만큼 낮은 가능성과 어려운 상황을 뚫어냈기에 그들의 성과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을 만들어 낸 것. 하지만 사실 성공 스토리의 80% 에는 그런 극적인 스토리가 없다. 좋은 환경과 좋은 자질, (환경과 자질, 그리고 꾸준한 노력에서 왔을) 탄탄한 기본기와 내공으로 얼핏 보면 무미건조한, 조금은 뻔해보이는 성공.
나는 이 80%의 성공스토리에 주목하고 싶다. 이 스토리들이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년가장으로 여섯남매를 먹여살려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몸에 장애가 있지도 않고, 아르바이트를 세개씩 뛰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무난한 상황에서도 성공이 쉽지 않은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 문제가 아닐까. 무난한 환경에서는 성공이 그렇게까지 간절하지 않다. 꼭 성공하지 않더라도 특별히 삶이 고달파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극적인 간절함보다는 평소의 꾸준함과 지속적인 노력과 훈련이 중요해진다. 노력이 실력이 되는 건, 바로 이런 상황에서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성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고, 초인적인 노력과 게임을 뒤집을만한 ‘사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늘 평화롭지만 단조롭고 피곤하고 답답한 하루하루에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또 무엇을 하는가이다.
결국 성공을 만들어 내는 건 내가 가진 자원의 mangement 가 아닐까. 시간과 자원과 인맥과 노력의 적절한 분배와 관리, 그리고 창출. 결국 제대로 된 곳에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였을 때 성과도 얻어지는 법. 무언가 계속 하고 있고 늘 바빴는데 수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쭉정이 지식 뿐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쓰이는 곳은 내 컴퓨터 상에서 뿐이라면 슬플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런 걸 알면서도 껍데기 지식만 쌓으려 하고 깊이 없이 얕은 것만 탐닉하려 하는가.
늘 바쁘고 정신없었던 지난 2년여를 떠올렸을 때 내가 한것이라고는 XX 학교 박사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뿐이라면, 나는 과연 그 시간을 성공을 위해 썼다고 할 수 있을까. 늘 들떠있고 초조하고 불안한 가운데, 저 멀리를 내다보던 초롱초롱하던 나는 희미해져가고 당장의 안위를 위해 방향없이 마구 발을 내딛는 나는, 왜 a small step forward 가 아닌 a small step anywhere 를 찍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