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몇 주 동안에 걸쳐 Statement of Purpose (SOP)를 쓰고 있다. SOP가 유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잘쓴 SOP는 부족한 학점이나 객관적 지표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형식적으로 관심분야 정도를 보는 데만 쓴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고 또 학교마다, 과마다, 해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상당히 공을 들여 쓰는 것 같다. 유학을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대체로 학점, GRE, TOEFL, SOP, 추천서 정도이다. 기타 연구 / 필드 경험이나 관심분야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제쳐두고..
이미 결정이 되어 있는 학점, GRE, TOEFL과 다르게 SOP는 지원이 임박한 상태에서 큰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요즘과 같이 지원 데드라인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내가 여태까지 썼던 어느 글보다도 조심스러워지고 자연히 진도도 잘 안 나간다. 첫 문장을 쓰기까지 몇주가 걸렸다는 모 양의 글을 읽고는 그렇게까지 힘든가 싶었는데 정작 내가 그 입장이 되니 공감이 간다.
나는 대체로 어떤 과제나 프로젝트, 문서작성 등을 할 때 자료수집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스스로도 약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니까.. 이번 SOP도 마찬가지여서, 쓰는 와중에도 자료수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히 공부가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자료수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다보면 마무리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보통 글을 쓰는 방식을 보면, 정말 오래 준비하고 생각하다가 한번에 필받아서 휙 적어내려가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준비기간이 길어서인지 first draft의 질은 비교적 만족할만하지만, 퇴고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글에 담기는 순간의 느낌이나 혼이 죽는 것 같기도 하고…
SOP는 이런 식으로 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미국 호텔방에서 새벽 3시까지 술먹고 필받아서 썼던 first draft는 copy / cut / paste 난도질에 남아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 단어 한 단어 조심스러우면서도 명확하고 분명하게 써야 하는 글이 SOP인 것 같다. SOP란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이 폭풍이 좀 잠잠해지고 나면 차분히 정리해 보고 싶다.
처음 계획 (10월말 완성-_-) 보다 한 달 가까이 늦어지는 SOP 완성에 대한 스스로의 변명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