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에 졸업식이 있었다. 2년동안의 Stanford 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벌써 두달 가까이 지나버려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감회는 거의 사그러들었지만, 현장의 느낌만은 남겨봐야겠다 싶어서 포토 스케치(?) 느낌의 포스팅을 한다.
졸업은 두 파트로 나뉜다. 전체 졸업식과 과 졸업식. 전체 졸업식을 하는 스타디움.
마치 올림픽 대회 선수 입장하듯이 관객들이 앉아있는 스타디움 안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이 줄을 지어 입장한다. 학부생들은 졸업이 참 좋나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ㅎㅎ 대학원생들은 굉장히 무난하고 심심하고 평범하게 입장한다.
총장님. Computer Science 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Architecture 책의 저자로 유명한 Hennessy 교수님. 단대별로 학장이 총장에게 보고를 하면, 총장이 카리스마 작렬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졸업을 승인하는 문구를 낭독한다.
올해의 졸업식 연설은 미국 UN대사인 Susan Rice. 졸업생들의 사회적 책임과 올바른 세계관, 적극적인 자세로 주위를 변화시켜야 함 등을 강조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전체졸업식 끝. 이 더운날에 그늘도 없는 스타디움 한복판에 시커먼 옷을 둘러쓰고 앉아 있으려니 다들 힘들어한다. 두번 할만한 건 아닐듯 ㅎㅎ 이제 과 졸업식으로 이동.. Computer Science 건물인 Gates Building 의 뒷편 잔디밭에서 학위수여를 한다.
학과장 교수님이 학/석/박사 졸업생들을 하나씩 불러서 악수하고, 사진찍고, 학위를 수여한다.
가운 위에 U 자로 둘르는 천인 Stole 에 졸업을 위해 도와준 감사한 분들에게 메시지를 담아 선물로 드리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stole of gratitude) 또 학사모는 원래 오른쪽으로 향하게 해놓고, 학과장 교수님이 ‘너희들 졸업했다’ 라고 외치면 왼쪽으로 꺾더라 ㅎㅎ 그리고 졸업식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자신의 출신 학교 가운을 입고 나온다. 다양한 디자인의 가운을 감상하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인듯.
컴퓨터 공학계의 거성 Knuth 교수님과의 대화. 185는 족히 넘어보이는 키에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졸업식 때마다 저렇게 특색있는 스타일로 갖춰입고 나타나신다. HCI 공부한다고 했더니 자신의 분야는 아니어서 뭐라 해줄말은 없지만 열심히 해라 뭐 이런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 ㅎㅎ
스탠포드라는 과분한 환경 속에서 보낸 2년은 짧았지만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드넓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캠퍼스. 북부 캘리포니아의 환상적인 날씨. 실리콘 밸리를 만들어낸 실용적이고 도전을 장려하는 학풍. 수준높은 수업과 연구. 이 좋은 환경을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어떻게든 스탠포드와의 끈은 이어질 것이고, 이곳에서 만난 고마운 사람들과도 그럴 것이다. 이제는 또 다음의 도전을 위해… 짐을 싸야한다. 이사 D-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