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나의 20대는 세상을 알아가고 주위에 대해 적응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음을 느낀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나의 목표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미팅/소개팅/방팅;; 같은 것도 불태워 보고… 암튼 비판적인 사고를 조금은 접고 주위의 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대해 가능한한 열린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아직 갖고 있는 것이 많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받아들여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우선 장점은 긍정적인 태도로 인한 둥글둥글한 인간관계와 나와 다른 것을 잘 참아내는 이해심 정도. 단점은 나만의 주관이 약하고 우유부단해지기 쉽다는 것.
이제는 조금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쪽으로 초점을 옮겨가야함을 느낀다. 나의 역량 또한 보다 집중해서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대상은 꽤나 분명하다. 내 인생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돕는 기술’ 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 이 목표를 이루기위해 나는 컴퓨터라는 도구를 택했고,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라는 분야를 택했다. 컴퓨터의 유연함, 확장성, 그리고 HCI 에서 추구하는 기술과 사람의 만남과 같은 것들이 나의 목표와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너무 일찍 generalist 가 되고팠는지도 모르겠다. 특정 알고리즘이나 인터랙션 원칙을 배우는 것이 나의 목표에 과연 어떻게 도움이 될까라는 회의가 들 때도 많았고. 그러나 specialist 가 되지 못한 generalist 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고 또 진정한 edge 를 갖추기도 어려운 것. 조금은 차분하게 컴퓨터와 HCI 에 대해, 또 나의 연구목표와 인생목표에 대해 기본부터 갖추어나가야 할 시기가 대학원생으로 지낼 수년간이 아닐까.
내가 나중에 사람과 사회와 기술과 컴퓨터와 HCI 에 대해 지금보다는 더 큰목소리를 낼 때, 기초가 없이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그런 비판을 받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보험으로 이론과 반복의 수련을 묵묵히 해나가야 할 시점. 물론 그 자체가 즐겁고 보람차면 금상첨화겠지. 역시 사람은 motivation 의 유무가 태도와 성과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