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는 HCI의 드넓은 공간 속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서는 HCI, Computer Science, 인류 전체의 지식 체계와 역사에 있어서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일까. 또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일까.
HCI 연구에서 나의 영역은 어디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 흐름 속에 있는 것인지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현상에 대한 관찰, 또 그 관찰의 모음만으로는 진정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단편적(이어 보이는) 현상들을 관통하는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진정한 연구의 진수 아닐까.
대학원에 와서 연구를 하면 할수록 나의 관심과 집중이 굉장히 세밀한 주제에 몰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연구의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에서 깊이를 우선 갖추어야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바라볼 필요가 있고, 당장 보지는 못하더라도 항상 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온갖 고생을 해서 박사를 마쳤는데 전세계 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나의 연구를 알지도 못하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걸 원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허탈함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는가.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연구로 인해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는 내가 추구하는 목표와 부합한다.
요즘 CMU (Carnegie Mellon University) 의 Luis von Ahn 교수가 하고 있는 연구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은 조만간 다시 한 번 얘기해 보고 싶은데, 일단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논문을 쓴다는 것이 놀랍다. 어렵지 않은 기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기술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HCI 가 다른 학문에 비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에게만 매몰되지도 않고, 그 경계에서 sweet spot 을 찾아내어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