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로 과사 앞에 붙여놓을 게시판용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는 샌드위치, 샐러드, 쿠키 등과 함께 야외 점심식사가 준비되었다. 식사 중에는 학과장, 학생대표 인사말과 도서관 소개 등이 casual 하게 있었다. 1시부터는 본격적인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진행되었다.
학과장 Bill Dally
학과장 Bill Dally 가 인사말 겸 학과 소개를 해 주었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빠른 미국영어 속에 위트와 유머가 섞여 있는 인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이었다 ㅋㅋ 인상깊었던 몇 가지.
- Stanford CS Ph.D.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현황:
Faculty > Startup > Research Institute > Industry > ETC (Startup 이 2위라는 게 놀랍지 않은가! 실리콘 밸리가 괜히 실리콘 밸리가 아니었다..) - 돈의 유혹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학교는 Idea 와 Knowledge 를 중시하지만, Industry 는 오로지 Dollar 를 본다. 현명하게 판단하라. (학교가 우월하다는 뉘앙스는 아니었고, 차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학교에서의 법칙이 회사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이야기였다.)
- 박사는 추상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구현하고 평가한 뒤 동료 학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 (idea) 는 지식 (knowledge) 이 된다.
- 대학원을 왜 빨리 졸업해? 책임감 없이 좋은 환경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빨리 졸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나의 Faculty Advisor, Terry Winograd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 지원하면서 자신이 택할 세부전공을 지정한다. 10개의 세부분야 중에 내가 택한 것은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80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세부전공에 맞게 Peer Advisor 와 Faculty Advisor 를 배정 받는다. Peer Advisor 는 같은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1년 선배가 편하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는 느낌이다. 내 Peer Advisor 는 미국인인데, 이번주중에 한 번 보기로..
Faculty Advisor 는 내가 무슨 수업을 듣고 어떻게 2년 과정을 이끌어 나갈지 상의하고 조언을 듣는 대상이다. 당연히 내 세부분야인 HCI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가 맡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게 됐다. 내 Faculty Advisor 는 Terry Winograd 이다. Terry Winograd. 내가 HCI 라는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고 거의 최초로 들었던 학자 중 한 명. HCI 라는 분야가 독립적 분야로 자리잡는 데 토대를 닦은 대가. Google 의 공동창업자 Larry Page 의 Stanford 시절 지도교수. (안식년 때 Google 에 visiting researcher 로 가기도 했다.) 이런 교수와 자주 만나면서 수업과 연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진로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것이 기회가 아닐까.
이제 출발이다
백지에 새로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다. 여태까지가 몸을 만들고 연습 코스를 뛰었던 시간이었다면, 오늘의 오리엔테이션은 실전의 출발점에서 자세를 가다듬고 출발신호를 기다리기까지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다음주 월요일이면 출발이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고 또 기대된다.
대학을 다니면서 3,4학년 때 많이 들었던 생각 – 1학년으로 돌아가면 뭔가 더 잘 할 수 있는데.. 다르게 해볼텐데.. 어쩌면 오늘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기회와 유혹 속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내 목표를 지켜나갈 수 있길. 좋은 환경 속에서 내 자신의 100%를 발휘해서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고, 참 짜릿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이렇게 만든 씨앗이 컴퓨터라는 도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