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본건 2006년 10월 Houston 이었다.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들고 전시회에 출품했었드랬다. 광활한 텍사스 땅에 가방 하나 들고 날아올 때의 설렘과 묘한 도전의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 두번째 와본건 2007년 11월 LA/SF 였다. 지마켓에서 후원하는 ‘과학탐험대’라는 기회를 통해 10일 정도 서부의 학교와 회사들을 둘러보았다. 병특이 막 끝나고 한창 정신없이 유학 준비를 하던 때였는데, 말로만 듣던 칼텍, 스탠포드, 버클리를 구경하면서 여러모로 놀랐었다. 그리고 밤에 호텔방에서 SOP 의 첫번째 버전을 완성했던 기억. 스탠포드 캠퍼스에 매료되어 이곳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2008년 9월, 드디어 유학길에 올랐다. 꿈과 희망, 불안감과 초조함이 교차했던, 그러나 어쨌든 두근거렸던 비행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서 살아보는 것이기도 했고, 익숙하던 모든 것을 떠나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막막함. 그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영어, 문화, 음식, 생활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꽤나 즐겁고 괜찮았다. Sunny California 의 환상적인 날씨, 널찍한 땅에 여유있는 사람들, 최고의 캠퍼스와 수업과 연구환경과 학생들,
어느새 1년 반이 지났고, 이제 여름이 되면 동부로 옮겨 본격적인 연구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참으로 바빴고 열심히 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열심히 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HCI 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배워나갔고, 연구의 목적, 방법, 과정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체험을 했다. 논문을 쓴다는 것과 연구자들의 커뮤니티의 생태계를 알게 되었고, 미약하나마 연구성과와 네트워킹에 있어서도 첫발을 내딛었다. 스탠포드의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환경 속에서 양질의 수업들을 들었고, 뛰어난 연구자들과 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실리콘 밸리와 벤처정신을 가까이서 보았다.
아쉬운 것들도 많이 있다. 우선 몸과 마음의 건강이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계속되는 밤샘과 쏟아지는 일들에 끊임없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했다. 누군가와 경쟁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주위 환경과 내 자신이 기대하는 수준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다. 사람들과의 교류 또한 현격히 줄었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로움과 서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즐거움과 여유와는 거리가 먼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는 좀더 이곳에서의 시간을 ‘살아보고’ 싶다. 여유를 가지고 이곳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스탠포드에서의 2년이 단순히 정신없던 석사 과정을 보냈던 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