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지치고 늙고 속물이 되어가고 약은 사람이 되어가지만,
또한 반대로 힘을 얻고 똑똑해지고 꿈을 찾아내기도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하고 다시 돌아보기 싫은 기억들이 있더라도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런 시간들을 통해 지금의 나는 보다 나은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그러나 이제는 어느덧 30년 정도 되는 삶을 통해 알고 있다,
좋아보이는 지금도 훗날 되돌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안 좋은 시간일지도,
또 나빠보이는 지금도 좋은 면이 있다는 것을.
마치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일관성있는 캐릭터의 모습이란 찾아볼 수 없는
혼탁한,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되는 드라마처럼, 내 삶도 그런 것.
내 삶에 있어서 ‘나’라는 캐릭터는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작가고, 감독이고, 주연인데,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얻은만큼 잃은 것도 많겠지만
어느 상황에서건 관조할 줄 아는 여유와 변화를 반기는 배포만큼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