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OP 쓰는 것과 함께 한창 고민하고 있는 것은 어느 학교에 지원을 할까 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학교를 3단계 정도로 구분해서 지원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Dream School / Target School / Safety School. 말 그대로다.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찔러보는 심정으로 지원하는 Dream School, 내 수준에 얼추 맞고 내가 목표로 하는 Target School, 그리고 all reject의 서러운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기위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Safety School. 7개 학교를 쓴다면 2/3/2, 10개를 쓴다면 4/4/2 정도의 비율이 적정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Safety School에 안정적으로 합격하는 경우가 주위에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안전빵이라고 생각하니 지원 시 별로 신경을 안 썼을 수도 있고, 학교 입장에서는 어차피 우리 학교에 올 학생이 아니라 생각해서 불합격을 시켰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Safety School도 그다지 Safe하지는 않은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봐서인지 혼란이 더해간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어느 학교가 어느 범주에 들어가는지를 판단하기가 난감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참고하는 US News 의 랭킹은 산정공식을 봐도 그렇듯 썩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세부분야에 대한 랭킹이란 것은 누가 매겨놓지도 않는다. 결국 무한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학교별 faculty의 연구 실적이나 최근 연구 동향, 교수님이나 현지 학생들의 조언 등을 참고해서 나만의 랭킹을 매겨야 한다. 나만의 랭킹에서는 Dream/Target/Safety 보다는 가고싶은학교/가기싫은학교 정도의 솔직하면서도 간결한 수준의 랭킹이 나온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들을 핑계삼아 나는 그냥 가고 싶은 학교 순서대로 쓰려고 한다.
“이게 왠 배짱이냐? 유학 재수하고 싶냐?” 라는 걱정어린 충고를 해주고 싶은 충동이 이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 안에서 risk management를 위한 꼼수를 써보고자 한다 -_- 어차피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학교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즉, A라는 학교가 너무 가고 싶은데 좀 무리다 싶으면 박사가 아닌 석사로 지원한다거나 비슷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다른 과를 쓴다거나 하는 식이다.
전공별 구분이 뚜렷하고 학제적 연구 활성화 정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서울대에서도 그렇듯 다른 과 교수님과 연구하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쉽다. 더군다나 태생적으로 interdisciplinary 한 HCI는 오히려 대부분의 학교가 여러 전공에 걸쳐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특성을 좀 활용하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불순하게 들리지? ㅎㅎ) 더 직접적으로 풀어서 이야기하면 Computer Science Ph.D 지원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 학교에서 전공을 넘나들면서 연구하기는 쉽고 때로는 권장되기도 하지만 학교를 바꾸기는 어렵지 않은가.. 다시 지원해야 하는데.. 이 고생을 또하는건 좀..
가고 싶은 학교는 꽤 오래 전에 ‘나만의 랭킹’을 통해 결정을 해 두었다. 문제는 그 학교의 ‘어떤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는가이다. 이 부분에서는 아직 한두개 학교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한 학교 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한 번에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Carnegie Mellon University는 정말 좋은 학교다 🙂
‘유학 준비’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염두에 두고 시작한지도 언 11개월째. 결국 유학 준비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가장 좋은 환경에서 하기 위해 나를 다듬고 포장해 나가는, 생각보다 훨씬 의미있고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