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박사 원서만 내고 나면 한숨 돌리고 푹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쉴틈없이 스스로 계속 빡세게 굴리면서 일을 벌이는 내 잘못이 크지만… 바빠서 좋은건, 어드미션 기다리느라 미친듯이 초조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것. 요즘 이런저런 일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았다.

 

1) 이번학기에는 기존에 하던 연구 프로젝트 2개에 이어서 새로운 도전(?) 아닌 도전을 하고 있다. 언제 스탠포드와 bay area 를 뜰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런지 이 곳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실리콘 밸리와 스탠포드스러운 것. 벤처!!!! 진짜 창업하는 건 아니고, Stanford GSB 의 S356 – Evaluating Entrepreneurial Opportunities 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MBA 학생들과 타과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제 벤처 창업의 과정을 두 쿼터에 걸쳐 체험해 보는 수업이다. 잘 진행이 되어 실제 창업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조만간 좀더 자세히 올려볼 예정이다.

 

2) 하루에 평균 3~4개의 미팅을 하고 있다. 여기와서 거의 제일 많은 미팅을 하는 듯. 덕분에 영어 또한 여기서 있던 6쿼터 합쳐 가장 많이 하는 학기인듯. 그런건 좋기도 하면서 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한국적인 습관을 버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3) 실리콘 밸리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기반, 소셜기반, 위치 인식기반, machine learning 기반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듯. 엔지니어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는 듯하다. 당장 일하고 싶은 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회사들에서 연락이 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ㅋㅋㅋ 내가 하고있는 전공이 꽤 괜찮다는 생각을 새삼 하기도. 동시에, 동부나 중부 등 다른 동네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다. 대체 무엇이 이곳 사람들과 학생들을 벤처의 세계로 뛰어들게 만드는 걸까.

 

4) 얼마전 오라클에서 면접을 봤다. 박사 올 리젝의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plan B 를 세워야했기에. 왜 오라클인가? 1) 일단 주위 사람들이 좀 다니고 있어서 정보를 얻기가 좋았고, 2) 스탠포드 학생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루머가 있고 3) 먼저 회사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75분 * 5 팀과 면접을 보고 옴. 역시 다시 한 번 포스팅 해볼 생각.

 

5) 가 계속 추적추적 내린다. 역시 1월은 우기. 자전거 타고 다니기 참으로 애매한 날씨. 오늘 오피스에 차 끌고 갔다가 주차할 곳 못 찾아서 40분동안 주차장 근처를 빙글빙글 돌았다.

 

6) 2005년부터 5년간 사용했던 프랭클린 플래너 종이버전을 과감히 탈피하여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0초의 부팅시간과 무한한 배터리 시간을 자랑하는 종이와 펜을 버리기는 쉽지 않았으나, 자동 알림이나 공유, 보관과 검색의 용이성, 다양한 형태의 시각화 등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웹기반으로 새로 습관을 들이고 있다. 캘린더와 TODO list 의 조합을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인 듯하다. 캘린더는 별 고민없이 Google Calendar 를, TODO list 는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보고 확장성과 느낌 등을 고려하여 가장 괜찮았던 Remember the Milk 를 쓰고 있다.

 

7) 시간은 참 자~~~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