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영어 장벽이 갈수록 높게 느껴진다.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 정확하고 미묘한 표현의 차이를 알게 되고 그것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때의 문제를 느끼게 된다. 특히 학술적인 소통에 있어서 이 문제는 더욱 민감한 것 같다. 적당히 뜻만 통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상대화와 달리 논문과 같은 연구 상황에서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맞지 않는’ 표현은 틀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학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티이고 소통의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냥 영어’를 넘어선 ‘학술 영어’를 숙지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요즘 이런 것들에 민감해지다보니 나 자신의 말과 글에 자신이 조금은 없어지는 것도 같다.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았는고 하니 합창을 한창 열심히 하던 2~3학년때가 떠오른다. 멍하니 재밌게 따라부르는 것이 마냥 좋았던 1학년이 지나고 나니, 듣는 귀가 좋아져서 웬만한 음악을 들으면 못하는 것처럼 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특히 몇몇 가요를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ㅎㅎ 합창의 경험에 비추어서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긍정적이기도 하다. 더욱 노력하면 노래도 조금은 느니까. 4학년 이후 정도부터는 내가 들었을 때 귀에 거슬리는 것들을 스스로 부르지 않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렇게 또 어느정도가 지나니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 거슬리는 요소들은 소리에 담기지 않았고, 좀더 고차원적인 것들 – 음악을 만들거나 곡의 흐름을 이해하는 – 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영어도 그러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의 단계를 “부주의하게 사용하는 표현들을 보다 정확하게 구사하고 의미전달을 보다 분명히 또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익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영어를 구사함에 있어서 문화 컨텍스트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해의 포인트라든가,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접근법에서의 차이 등을 좀처럼 따라잡기 어렵다. 교수님과 얼마전에 면담을 하다가 이런 얘기를 잠깐 했는데, 교수님의 두가지 조언은

1) 매일 30분씩 글쓰기를 해보라.

2) grammar 공부를 하라.

 

이 두가지였는데, 거기에 덧붙여 잘쓴 논문들을 많이 읽고 그 속의 표현이나 글 전개방식 등을 모방하면 도움이 많이 될거라 하셨다. 생각해보면 미국에 와서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정작 영어를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혼자 앉아서 인터페이스 만들고 프로그래밍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방학이 되고나서는 매일 오피스에 나가고 또 같이 연구하는 학부생 두명과 영어로 계속 소통을 많이 하다보니 특히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요령이나 지름길 같은건 어차피 없는 것. 더 많이, 또 주의깊게 쓰다보면 잘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즐기면서 하게 되지 않을까.